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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하루 [일상]

아빠와 찰떡 아이스

by 임나무 2020.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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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라 이 모임, 저 모임을 핑계로 요가 수업을 몇 주간 빠졌다. 오랜만에 요가를 다녀오는 길에 한 무리의 중년 남성들을 보았다. 거나하게 취한 모습의 그들은 나보다 적어도 열댓 살은 많아 보였으니 아마도 중고등학생 정도의 자녀를 두었을 것이다. 그 중 두 남자의 손에는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상자가 들려 있었다. 술자리가 파하면서 아마도 집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나 샀으리라.

그들을 지나치며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문득 아빠 생각이 났다. 겨울이면 아빠는 찰떡 아이스를 사왔다. 쑥향이 나는 떡에 엷은 분홍색 크림이 들어간 그 찰떡 아이스.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집에 도착했을 때에 아이스크림은 딱 먹기 좋은 정도로 녹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금도 냉동실에서 갓 나온 딱딱한 상태보다는 실온에 십여 분 두고 살짝 녹은 상태에서 먹는 것을 더 좋아한다.

더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우리 가족은 입이 짧아서 뭐든 잘 안 먹었다. 그래서 아빠는 그 아이스크림을 딱 한 개만 사왔다. 찰떡 아이스 하나에는 두개의 떡 아이스크림이 들어있었고 어린 나는 아빠 거 한 입, 그리고 엄마 거 한 입을 나눠 먹었었다. 우리가 아파트로 이사 가기 전, 빨간 대문집에 살 때이니 아마도 내가 다섯살 정도 됐을 시절인 것 같다. 그 집의 차가운 공기와 깜깜한 겨울 밤은 서른이 된 지금도 기억이 난다.

 

p.s 개인적으로 최근 몇년 사이에 견과류가 첨가 된 것 같은데.. 별로당ㅜ 난 그 전이 더 좋았다고.. 하지만 아이스크림 별로 안좋아하는 내가 간간히 아이스크림이 먹고싶을 때마다 생각나는 찰떡 아이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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