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렇게 또 하루 [일상]

만 20개월 성장 기록: 말, 상호작용, 그리고 책.

by Dayunish 2022. 7. 31.
반응형

만 20개월 성장 기록: 말, 상호작용, 그리고 책.

난생 처음 야외에서 물놀이를 하다.

작년 여름에는 아이가 너무 어리기도 했고 코로나도 심해서 물놀이는 집에서 샤워를 하는게 다였다. 그런데 애가 물놀이도 그닥 즐기는 것 같지 않아 올해 물놀이를 어떻게 시켜볼까 말까 고민을 했었다. (활동적인 아이를 해수욕장에 데려갈 엄두는 안난다..) 집 근처에 큰 공원이 있고 이제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분수대를 틀어놓는다. 남편이 머리를 자르러 간 시간에 혹시나 하고 내려줘봤더니 이게 웬걸.. 잠시 관찰하더니 이 분수 저 분수를 옮겨가며 뛰어 놀았다. 물만난 물고기가 이럴 때 쓰는 표현일까?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는지 자주 미끄러졌다. 두 번째 물놀이 때는 위험해 보여서 헬멧을 씌워 놀았는데 세 번째 부터는 잘 넘어지지도 않고 나름 잘 놀길래 헬멧 없이 놀고 있다.

우리 아이 또래 애들 중에 얘처럼 노는 애는 없는 거 같다. 다들 부모님 품에서 구경을 하거나 손, 발을 살짝 대보는 정도인데.. 얘는 무슨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하고도 얼마나 신나게 노는지 웃기기도 하고, 어릴 적 내 모습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렇다.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늘었다.

아이는 아직 말이 트이지 않았다. (말귀는 기가 막히게 알아듣는다.) 몇 가지 단어를 반복해서 쓰는 정도. 바뿌(방구, 방귀), 끄으-ㅋ(끝)이란 단어를 아주 알맞은 타이밍에 쓴다. 아빠가 방귀를 꼈을 때 ㅋㅋ 그리고 뭔가를 다 먹고 난뒤 혹은 레고를 다 정리하고 난 뒤 끄으-ㅅ을 외친다. 아무래도 받침이 어려운 모양인데 끄으-ㅋ과 끄으-ㅅ 그 중간 발음이다. 그리고 물을 무흐-ㄱ이런 식으로 발음하는데 꼭 프랑스어 같다ㅋㅋ ‘음마, 엄마’ 자주 외치는데 엄마는 꼭 나를 부를 때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입에 달고 살기 때문에 완벽하게 알고 사용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이가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고 있는 바뿌와 끄으-ㅋ 모두 아빠가 가르쳐준 말이다. 요녀석 역시 아빠를 정말 좋아한단 말이야..

20개월이 꽉 찼을 무렵에 추가된 새로운 단어로는 맴맴-이 있다. 무더운 여름, 매미소리가 나니 맴맴 한다. 얼른 말을 더 잘해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궁금하다.

 

모양 놀이에 심취하다.

모양놀이는 한 동안 어려워 하더니 이제는 곧잘 끼워맞춘다. 분명 지난 달만 해도 잘 못하던 것을 이번 달에는 잘하게 되었다. 모양 끼우기 놀이뿐만 아니라 책에 나오는 모양을 손을 잡고 그려줬더니 이젠 그런 책을 가져와서 자기 손을 잡아서 같이 그려달라고 한다.

 

#상호작용

애교가 늘었다.

애가 애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요즘 부쩍 어른들한테 와서 애교를 부린다. 관심이 필요할 때 몸을 낮추고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생글생글 웃는다. 또, 가끔씩 달려와서 와락 안기거나 몸을 부빈다. (진짜 행복하다.)

 

춤을 춘다.

지난 달에도 그랬던 것 같긴한데 애가 흥이 올랐다. 우리 애는 별로 흥이 없는 아이인데 내가 흥이 많다보니 한 6개월서부터 주입식 교육(?)을 시켰다. 음악이 나오면 손을 위아래로 흔들흔들했더니 그걸 따라했고 지난 달부터는 자기만의 춤사위를 발명했더라 ㅋㅋ 오른 발을 깨금발처럼 들며 돌고 돌고~하는 춤이다. 에듀테이블에 노래 버튼을 눌러 열꼬마 인디언이 나오면 벌떡 일어나 춤을 추고, 글렌도만 CD에서 코끼리 아저씨(화창한 봄날에~)가 나오면 짤랑 짤랑 소리가 나는 도넛 장남감을 가져와 위아래로 흔든다. 꼭 엄마가 같이 일어나서 추래 ㅋㅋ 촤식이..

 

손을 잡는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알게된 듯 하다. 어느순간부터 부모의 손을 잡더니 이제는 짐보리 선생님, 모르는 아줌마, 공원에서 놀고 있는 형아의 손을 잡기도 한다. 대부분 손을 잡아주지만 어제 만난 형아는 안 잡아주고 그냥 가기도.. 허허..

예전엔 인형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인형이 00이 안아줄게~ 하고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는 것이 좋은지 인형을 가져와 내 손에 쥐어주곤 상체를 기울인다. 자꾸 인형이 자기를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길 바란다. 내가 안아준다고 하면 싫대ㅋㅋ 그리고 인형극을 하면 자꾸 인형과 나를 번갈아 본다. 인형이 말하는 건지 엄마가 말하는 건지 비교하는 듯함

 

#책

점점 아기용 책이 아닌 어린이용 책, 그러니까 두꺼운 용지의 책이 아닌 얇은 용지의 책을 읽고 싶어한다.

글밥이 많은 걸 좋아하는 지는 정확히 모르겠고, 아기용 그림책에 용지가 두꺼운게 이상한가 보다. 자꾸 두꺼운 한장을 두 장으로 나누려고 하고 안되니까 엥엥 싫다고 표현한다. 어린이용 책의 한 장, 한 장을 야무지게 넘기고 어쩌다가 두 장을 한 꺼번에 넘기면 다시 한 장을 정확히 넘긴다.

더 얇은 종이로 이루어진 내 책도 넘본다. 이유식 요리책을 가져와 같이 읽어 달라고 하고, 내가 업무 관련된 책을 읽으면 내 무릎에 와서 앉는다. 내용을 딱히 좋아한다기 보다는 그 얇은 재질이 더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책보다는 활동을, 노는 법이 다양해졌다.

돌이보면 15-16개월 때 책을 진짜 미친듯이 읽었다. 앉은 자리에서 50분을 내리 읽어 달라고 하기도 하고, 하루에 족히 100권 씩은 읽었던 것 같다. 오죽하면 가족들이 모두 “제발 그만 좀 읽어(달라고해)~”라고 외쳤을 정도이다. 그러더니 또 신기하게 18개월즈음 부터 책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졌다. 지난 19개월 일지에 기록한 것과 같이 뭔가 혼자 노는 방법을 터득하면서부터 책과 멀어진 것 같다.

물론 책을 그렇게 읽을 때는 혹시 우리 애가 천재인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했지만.. 책보다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지금, 딱히 신경 쓰이진 않는다. 뭐 내가 억지로 읽으라고 한다고 읽을 것도 아니고 애가 알아서 하겠지.

20개월 차에는 15-16개월 때 읽던 그 모습이 생각이 안날 정도로 책에 관심이 없더니 요 며칠 또 책을 좀 읽긴 한다. 그때 그때 자기가 원하는 관심사가 있는 모양이다.

무더운 여름이었다. 이번 달엔 매주 주말 아침이면 데리고 나가 동네 체험을 시켜줬다. 호기심 많고 겁없는 아이 성향이 나와 꼭 닮았는데 신중한 남편과 친정어머니(주중의 주 양육자)의 경우에는 애가 다칠까봐, 혹은 너무 더러운 것은 못하게 하는 게 많기 때문이다. 이건 나만이 알아채고 충족시켜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아무리 더워도 꼭 데리고 나갔다.

주로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가서 놀았는데 육교를 건너고 싶다고 하면 같이 건너 주고, 흙을 만지고 싶다고 하면 만지게 해주고, 누군가 버린 과자봉지가 궁금하다고 하면 만지게 해줬다. (입에만 못 가져가게 함) 또, 지상 주차장에 자동차를 매우 신기해 하길래 손을 잡고 조심 조심 같이 가줬다.

아침 시간이고 그늘이어도 날이 매우 무더워 땀이 줄줄 났지만 그래도 한 시간 씩을 꼭 놀아주려고 노력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만 20개월이 된 아이도 대단하고, 또 그 아이를 키우는 나도 대단하다. 더운 여름 모두 수고가 많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