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왜 나한테만 일어나는 걸까?
불행의 이유, 행복의 의미 찾기
작년 이사를 하면서 오픈마켓 사기를 당했다. 시댁에서 오래된 가전을 새로 바꾸시면서 우리도 이사 선물로 겸사겸사 세탁기를 사주신다고 했다. 그래서 가전을 인터넷으로 알아보던 중 남편이 오픈마켓에서 본 가전을 '계좌이체'로 결제해버린 것이다. 그때 나도 옆에 있었는데 그냥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돈을 입금해 버렸다.
그 사기꾼이 입금된 이후 우리의 전화를 받지 않고나서야 "현금 거래를 유도하는 경우 절대로 입금하지 말라."라는 안내문구가 보였다. 그렇게 시댁의 가전 + 우리 집 세탁기까지 꽤 큰돈을 날려 버렸다.
일이 이렇게 되려고 한 건지 일말의 의심도 없이 가전을 알아보고 목돈을 입금하는 과정은 정말이지 순식간에 일어났다. 부랴부랴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하고 남편과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멍해졌다.
시댁에서는 더 큰 해를 입지 않은게 다행이라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셨지만 그날 밤, 나는 마음이 무척 산란했다. 갑자기 길거리를 지나가는 저 인간이 우리 돈을 뜯어낸 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갑자기 사람이 무서워지고 불행하다고 느껴졌다.
꼭 이랬다. 꼭 나에게만 불행이 일어났다. 살면서 더한 일을 겪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겪지 않고 지나갈 법한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는 것만 같았다. 20대에 갑상선암에 걸린 것도, 다 같이 봉사활동을 갔는데 나만 뎅기열에 걸려서 죽다 살아난 것도, 그리고 또 어릴 적부터 일어난 가정의 불화까지.. 당시 나는 아이를 낳고 몸은 너무 힘들었지만 삶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그러면서 몇 번 쎄-했던 적이 있다. '음 삶이 왜 이렇게 평탄하지? 이제 곧 불행이 찾아오겠네, 내 삶은 행복 뒤에 불행이 왔고, 불행 뒤에 행복이 왔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정말 내 생각대로 내 삶은 "불행과 행복"이 번갈아 가며 일어나는 걸까? 난 행복하기만 할 수 없는 걸까?
나와는 달리 콜콜 잠에 빠진 남편 옆에서 잠못이루던 나는 청년 시절 친했던 신부님께 상황을 전했다. 신부님은 담담히 말해주셨다.
정말 쓴맛을 보고 있네. 인생의 쓴맛. 그치만 난 인생에 버릴 것은 없다 주의거든. 지금의 충격은 많이 클 거야. 게다가 안 좋은 일이 겹쳤으니.. 그래도 지금의 힘든 경험은 언젠가 더 큰 무언가를 미연에 막아주는 백신 주사처럼 작용하더라고 (중략) 마냥 모든 것을 의심하고 믿지 못한다면 그것은 상처로만 남겨진 상태인 거고, 그 사건으로 인해 마음에 귀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은 상처를 잘 극복한 상황인 거고. 전자보다는 후자로 지금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내었으면 좋겠어.
생각의 소용돌이를 뚫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마음이 좀 안정되어 내가 그간 삶을 지나오며 상처를 많이 받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안정을 찾아 잘 지내고 있었지만 그간의 상처들은 아물지 못한채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구나. 그래서 이런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이겨낼 수 있는 힘보다는 더 상처받고 웅크리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를 무조건 밀어두는 대신 나 자신을 더 따뜻하게 돌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면서 인생이 내 뜻대로 될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모든 순간에 무너지는 삶을 살기보단 다음 번에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또 이런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의 탄력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불행은 왜 나에게만 올까?라는 생각 대신 이건 그저 사건일 뿐, 내 삶은 여전히 평안할 수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또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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