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만 누릴 수 있는 특권: 태동
엄마가 된다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의 연속인 것 같다.
나는 태동을 비교적 이른 시기인 16주부터 느끼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느끼는 태동에 긴가민가했지만 평소 배에서 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소화가 되려고 꾸룩하는 느낌과는 전혀 다른.. 누군가가 내 뱃속의 표면(뱃가죽)을 꼭-콕하는 느낌이랄까?
너무너무 신기했는데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고, 그나마 임신 경험이 있는 친정엄마도 16주 때 태동은 매우 빠른 것 같다며 그 시기에는 못느껴 본 것 같다고 하셨다.
16주의 아기 태동은 굉장히 약하다. 아직 아기들의 힘이 닿지 않는 경우도 많고, 아마 무딘 엄마들은 태동인지도 모르고 지나갈 법한 그런 미세한 느낌이다.
한 번 태동을 느끼니 너무 신기했다.
뱃 속의 나의 아가가 벌써 이만큼 커서 움직이고 있다는 말인가?
평소에는 잘 느끼기 어려웠고, 밤에 자려고 누우면 유일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고요한 그 시간에 나는 태담을 건네 보았다.
<엄마 힘내!>
하루는 유난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이었는데, 아기에게 미안해 이렇게 말을 걸었다.
"아가야 엄마가 오늘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지? 그래도 엄마는 아기랑 아빠랑 다 같이 잘 살기 위해서 이런 고민을 한 거란다. 그래서 엄마는 후회가 없어. 다만, 네가 이 스트레스를 다 받지 않고, 이런 엄마의 마음을 조금만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2-3초가 지났을까?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 그 순간 아기의 태동이 또 느껴졌다.
마치 '엄마 힘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더욱 신기한 것은.. 내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요 녀석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 있는지 19주가 넘어가니 태동의 힘이 제법 세졌다.
이제는 태동을 느끼고 난 뒤, 잉? 방금 그거 태동 맞지?? 라고 긴가민가 하는 대신 정확한 아기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이 느낌을 남편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내 배에 남편 손을 올려두고 가만히 있어봤는데 남편은 잘 느끼지 못하였다.
21주가 된 최근에서야 남편도 태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 진짜 움직이네!'
나 혼자 느끼던 시절에는 나 혼자 느끼는 대로, 이제는 남편이나 가족들과도 함께 느낄 수 있는 태동은 생명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함께 느끼게 해준다.
<활발한 아기=건강한 아기>
지난 주 정밀초음파를 받았다. 나는 입체초음파를 보는 줄 알고 아기의 얼굴 윤곽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입체초음파는 27주에 본다고 한다ㅎ
정밀초음파에서는 아기의 손가락, 발가락, 콧구멍, 입술 등 신체 부위에 알맞게 자라났는지 이상은 없는지 보는 것이었다.
초음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애기가 엄청 활발해요. 빙글빙글 돌고 있어서 제가 초음파로 따라가야 할 정도예요.ㅎㅎ"
병원에 방문하기 전 핏덩어리가 나와서 걱정했는데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정밀 초음파를 보고 주치의선생님께 갔는데 주치의선생님도 똑같은 말씀을 해주셨다. "애기가 엄청 활발하네요~ 그건 건강하다는 뜻이예요."
키야.. 이렇게 건강하다 소리만 들어도 울애기가 세상 최고인 것 같은데.. 낳아서 기고 말을 시작하면 얼마나 천재처럼 느껴질까? ㅋㅋ
자기 아기는 천재라고 느껴진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었다.
그제부터는 아기의 태동이 더 활발해 진건지 앉아 있을 때에도 느껴질 정도이다.
가만히 누워 아기의 태동을 느끼는 것이 행복이 되버린 요즘,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태동에 대한 글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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