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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백마 [운동]

[걷기4일차] 포기해도 되...지만 포기하지마

by Dayunish 2020.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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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4일차] 포기해도 되...지만 포기하지마

하루종일 컨디션이 좋지 않다. 임신을 하고 나서는 종종 이런 날이 있다. 그 주기가 임신중기에 들어서면서 부터 길어지기는 했지만.. (임신초기에는 거의 매일 이렇다시피 했다.) 뭐랄까 몸이 아픈 거랑은 다른 느낌인데 나른하고, 까라지는 느낌에 입맛이 통 없다. 이런 날에는 의욕이 별로 없다. 운동을 가고 싶은 마음조차 솔직히 들지 않는다. 

금요일은 남편이 근무지에서 집으로 올라오는 날이다. 금요일 근무를 마치고 올라오는 거라 집에 도착하면 이미 늦은 저녁이 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은 나는 먼저 밥을 먹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몸을 가볍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저히, 도~저히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아.. 오늘은 그냥 포기해야겠다.

든든한 동반자란 이런 의미일지도..

남편이 오기 전, 입맛이 없어서 누룽지를 끓여 먹었는데 어째 속이 좀 허했다. 쫄깃한 식감의 곱창이 먹고 싶길래 바로 배달을 시켰다. 혼자 있었더라면 그냥 안 먹고 대충 잤을텐데 어차피 내가 조금 먹더라도 같이 먹어줄 사람이 있으니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둘이 곱창을 먹고 나니 배가 엄청 불렀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지금이라도 나가서 걸으며 소화를 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편의점에 파는 과일컵을 먹고 싶기도 했고 ㅎㅎ 겸사겸사 밖으로 나가본다. 

편의점에서 상큼한 과일디저트를 고르고 근처 공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벤치에 앉아 단 걸 먹고 나니 기분이 차츰 나아졌다. 무기력하던 그 날의 내가 조금씩 기력을 찾고 있었다. 공원에 놀러나온 많은 사람들을 몇 분 더 관찰하고 난 뒤, 남편과 나는 공원 테두리를 넓게 따라 걷기 시작했다. 남편이 함께 해준다고 하니 걸을 힘이 났다. 

포기해도 되...지만 포기하지마!

우리 세대 트렌드는 확실히 바뀌었다. 노오력이 부족하다는 옛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대신 욜로를 즐기고, 포기하지마 대신, 포기해!를 외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성격상 포기하는 것을 잘 못한다. 포기를 쉽게 했던 십대 때보다 포기하지 않고 일단 꾸준히 했던 이십대가 더 의미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정말로 안나갈 예정이었지만 나오니 좋았다. 컨디션이 베스트는 아니었지만, 한 바퀴 바람을 슝 쐐고 나니 아무래도 좋았다. 결과에 연연하는 대신 꾸준히 하는 것,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고 싶다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특히, 운동에 있어서는..

나약해지니 오히려 느껴지는 것들

사실 나는 독립적인 사람이다. 외동딸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고, 유학시절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해져서인지 뭐든 사실 혼자 하는 것이 더 편하고, 그걸 선호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발전에 있어서는 그냥 나혼자 내 페이스에 맞춰 밀고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렇듯 같이 하면 좋긴하지만 혼자여도 상관없다는 마인드로 산 사람인데,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나서는 더더욱 ‘같이'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요즘 생각해보니, 내가 독립적인 이유는 어찌보면 그만큼 건강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몸과 마음이 약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끌고 나갈만한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

공원에 앉아 짧은 시간이나마 다른 이들을 시선에 담아본다. 평소엔 내 페이스에만 집중하다보니 별 관심없었는데 오늘은 한 사람, 한 사람 눈에 담긴다. 나 홀로일 때는 해보지 못했던 경험들이 쌓인다. 이렇게 또 한 번 어른이 되어 가는 거구나.. 힘든 몸을 이끌고 걷기를 멈추지 않은 나를 칭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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