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2일차] 케겔운동과 발견의 발견
어제 밤 잠을 잘 못잤다. 걷기 챌린지를 시작한다는 기쁨에 오버페이스로 걸어서(?) 각성 된건지, 아니면 늦은 시간까지 블로그에 걷기 후기를 올리느라 정신이 말똥말똥 해진 건지 잘 모르겠다. 이 놈의 잠은 늘 나를 괴롭힌다. 옛날 그 시절처럼, 머리만 대면 잠드는 게 얼마나 복인지 모르겠다. 하루 종일 해롱해롱 컨디션이 별로였다. 겨우 저녁을 챙겨먹고 귀찮다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 열심히 안해도 되니까~ 가볍게 돌고 오자~ 🚶♀️
근력, 너마저..
최근 2년 간 요가를 했고, 올해부터는 좀 더 근력을 키우고 싶어서 PT를 끊었다. 워낙 지방도, 근육도 없는 체질이라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지만 그래도 몸이 꽤 단단했었다. (단단하게 느껴졌었다. 과거형🙄)
운동을 안한 것도 안한거지만 입덧을 하던 근 2-3개월 동안 통 먹지를 못하니 몸은 이미 바람빠진 풍선처럼 느껴졌다. 그 특유의 느낌이 있다. 물먹은 솜과 같은 컨디션으로.. 다시 걷기를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꾸준한 것이 제일이라지만 그간 해온 노력이 의미가 없어진 것 같아 속은 상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근력 너 마저, 이렇게 쉽게 나를 떠날 줄이야!
내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케겔운동
근육은 살짝 잃은 것 같지만 그래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동안 얻은 가치와 의미만큼은 아직 내 머릿 속에 생생히 남아있었다. 이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헬스장 PT를 다니면서 진짜 내 평생 돈 벌었다, 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케겔운동에 대해서 배운 것이다.
케겔운동이란?
케겔운동은 소변을 참을 때처럼 질 근육을 조였다 풀기를 반복하는 운동이다. 질 근육이란 골반저근(Pelvic Floor Muscle)을 말한다.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골반저근을 강화시키는 케겔운동은 요실금, 치질 등을 예방 및 치료하고 출산이나 호르몬 부족 등으로 약해진 골반 근육을 탄력있게 만들어준다.
[네이버 지식백과] 여성은 물론 남성에게도 좋은 ‘케겔운동’ (가톨릭중앙의료원 건강칼럼, 서울성모병원)
음, 설명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군. 왜냐면 나는 전혀 다른 부분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ㅎㅎ 뭐 일단 전문적인 의미는 위와 같다고 한다.
일단 내 체형은 오리궁뎅이라고 해야하나, 엉덩이가 톡 튀어나온 체형이다. 이런 체형들은 힙업이 자연스럽게 되었다는 장점은 있지만 허리가 과하게 꺾인 상태가 기본 자세라고 한다. 아랫베에 힘을 꽉 주고, 무릎과 무릎 사이를 밖으로 벌린다는 생각(진짜 벌리는 게 아니라 힘만 준다.)으로 힘을 주면 자연스럽게 엉덩이는 내려가고 뒤로 젖혀진 허리는 바른 중심을 찾게 된다.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게 되니 배에 긴장을 갖게 되는 장점이 있다. 만약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고 어렵다면 브릿지 자세로 대체해도 된다.
PT선생님이 케겔운동을 자주 해서 중심을 바로 세우라고 얘기했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면 늘 머릿 속에 케겔운동을 염두해두고 서있었던 것 같다. 아직은 젊은이라 요실금, 치질, 출산 후에 나타나는 증상들에 대한 효과를 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중심이 바로 서다 보니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나는 발 안 쪽의 아치가 심한 사람인데(평발의 반대) 그러다 보니 내가 근 30년간 발날(발의 바깥쪽)로 무게를 두고 서고, 걷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그래서 왼발 네번째 발가락이 이어지는 근육이 찌릿찌릿 아팠었는데 케겔운동을 하면서 무게중심을 발 안쪽으로 옮기게 되었고, 이 증상이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었다.
발이 심하게 외전 된 사람들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니 꼭 케겔운동을 해보길 바란다! 👍👍
메모리, 몸이 기억하는 운동의 효과
임신을 한 후 한동안 케겔운동에 대해 잊고 있다가 오늘 걸으면서 갑자기 생각이 났다. 아 맞다 케겔운동! 케겔운동을 걸으면서 할 수는 없지만 나는 평소 내가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발 바깥쪽에 힘을 주는 대신 무게 중심을 최대한 안쪽으로 옮겨가며 걷기 시작했다. 뛰는 대신 걷더라도,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걷더라도 제대로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몸이 기억하는 운동의 효과구나! 운동을 잘못된 방법으로 하는 것은 안하니 못하다는 말이 있다. 일단 나가서 몸을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어디가 안좋은지에 대하여 귀 기울이고 발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발견의 발견
걷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것들이 참 많다. 엇? 저기에 저런 가게가 있었나 하는 발견을 할 때도 있고, 나 자신에 대해 발견을 할 때도 있다. 우리의 몸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오래 쓰다보면 늘 어딘가 고장나기 마련이다. 교과서처럼 딱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몸상태 또한 다르다. 운동을 시작하는 것에 가장 큰 장점은 그간 지나쳤던 나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고쳐가는 것에 있다.
예전에는 어느순간 약골이 되어 버린 나를 보며 자책하고, 짜증을 내기도 했는데.. 이렇게 하나하나 고쳐 나가는 재미가 있다. 완벽하지 않은 것을 조금씩 다듬을 때의 그 매력은 운동을 시작해봐야만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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