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3일차] 가진 것의 가치와 가지지 못한 것의 가치에 대하여
오늘은, 아 그러니까 어제는 퇴근 후 곧 퇴사를 앞 둔 회사 동료와 길을 걸었다. (어제는 집에 와서 피곤하길래 빈둥거리다가 글을 못쓰고 그냥 자버렸다. 😪) 우리 회사는 근처의 모든 역과 거리가 애매한 부분에 위치해있다. 때문에 어디든 버스를 타거나 꽤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단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간 못다한 얘기를 하려고, 버스를 타는 대신 걷기를 택한 것이다. 또, 우리가 걷는 그 길은 동네 주민들을 위한 산책로로 예쁘게 구성해 놓은 길이라 산책 코스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에 즐겁게 걸을 수 있었다. 오늘의 걷기는 이걸로 대체 해볼까?
떠나는 사람에 대하여..
이 동료는 부서에서 나와 꽤 친한 사이인데 다른팀이고, 남자동료임에도 부쩍 친해진 계기가 있었다. 1. 공교롭게도 같은 해, 하루 차이로 결혼을 한 유부들(공감되는 주제가 많다.) 2. 집 방향이 거의 동일 3. 회사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공유하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보통 회사에서는 업무하느라 서로 정신이 없었는데, 퇴근 길에서야 비로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친한 동료들과 퇴근하는 길은 마치 학창시절 하교길을 생각나게 해서 좋다. 주위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 다행이다. 이 친구의 퇴사소식에 대해서는 진즉 알고 있었지만, 이제 정말 떠날 날이 얼마 안남았으니.. 우리끼리 얼마나 할 말이 많던지 길을 걸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내일 예정된 장마로 날은 우중충했지만 다행히 바람이 부는 그런 여름 날이었다.
걷기효과 및 장점
만약 달리기였다면 나는 혼자하는 것을 선호했을 것이다. 내 페이스가 중요한 운동이기 때문에 누구랑 같이 달리는 것보다는 그냥 혼자하는 것이 편했던 것 같은데.. 걷는 운동은 자연스럽게 템포를 맞추며, 이야기를 하며 할 수 있으니 또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쫓기듯 우르르르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이런 걷기는 신체에도 유한 영향을 끼치는 모양이다. 달리기 또는 다른 근력 운동보다 관절에 무리가 덜가기 때문에 부담이 없고,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고 산소 공급을 원활히 해준다고 한다. 아마 과한 운동으로 몸에 무리를 느끼는 사람들은 걷기를 추천한다. ‘오 나는 이래저래 몸이 안좋으니까 운동은 하지 말아야겠다.😞’보다는 본인 몸에 맞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꾸준히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걷기의 속도 자체가 달리기에 비해 느리기도 했지만, 이 친구가 유독 걸음이 느려서 뭔가 더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페이스조절을 당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 남과 함께 운동을 하면 이런 점이 좋겠구나.. 하긴 처음 러닝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잘하는 사람이 옆에서 페이스조절을 해주면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아, 집근처에 친구들이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게 참 아쉽다.
가진 것의 가치와 가지지 못한 것의 가치에 대하여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동료를 보니 갑자기 내 처지(?)가 떠올랐다. 뭔가 다들 열심히 살고 있는 동안 나는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면서 앞으로 남들보다 속도가 늦어지는 건 아닐지 하는 생각이 가슴 한 구석에 있었는데 희망에 찬 이 친구를 보니 내 상황이 더욱 더 안좋아 보인 것이다. ‘앞으로 난 어떻게 해야하지?’ 이렇게 저렇게 뒤쳐진다는 생각이 갑자기 더 신경쓰이고 불안해졌다. 이 동료는 아이를 가졌으니 여유를 가지고 좋은 생각만 하라고 위로했지만 고민스런 마음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이 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을 혼자 걸으며, 내 커리어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보았지만 답이 없었다. (당연하지, 애를 가졌는데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잖아. 🤯 최소한의 공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건데..)
알면서도, 혹은 아직 다 알지 못해서인지 내 머릿속에 맴도는 고민은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러 들어갈 때까지 떠날 생각이 없었다. 따뜻한 물줄기를 맞으며 하루의 묵은 때를 씻어내다보니 절로 마음이 편해진다. 🛀🏽 그때 갑자기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행복한 결혼생활 중 고난없이 복덩이인 아이가 찾아왔다. 건강한 가정, 건강하게 아이를 순산하는 것 이외에 지금 내가 더 바랄 것이 뭐가 있을까? 그저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것이지, 가진 것에 대한 가치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더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누구나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내가 가진 것의 가치를 알고, 가지지 못한 것을 위해 노력할 뿐이다.
오늘의 걷기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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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멀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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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애매한 날이라도 걸을 수 있는 방법 찾아보기(예: 버스 한 두 정거장 먼저 내려 걷기)
오늘의 인증샷
NRC를 안켜고 걸어서 만보기로 대신한 걷기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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