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네살에게: I’ll miss you always
어느 덧 세 돌이 지나 정말로 미운 네살이 되었다.
아이가 12월 생이다 보니 올초부터 원래 한국 나이로 네 살이었지만 늘 또래보다 아직 애기 느낌이 났었는데 세 돌이 지나고 나니 어엿한 네 살같이 보인다.
외관 뿐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도 네살이 되었나보다. 미운 네살.
한 없이 예쁘지만 한 번 말 안 듣고 고집 부릴 때는 진이 쭈욱 빠진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와 한 바탕 하고 난 주말 후 월요일이 밝았다. 오전에 정신없이 주말 동안 쌓인 일을 하고 동료들과 점심 식사 후 커피를 한 잔 하러 나왔다.
겨울이지만 계절이 무색하게 따스한 날이었다. (물론 미세먼지는 덤이었지만)
한 창 우리끼리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잠시 나만의 생각으로 빠져들었다. 그제서야 아이와 있었던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어제 아이한테 왜 그랬지. 조금만 더 참을 걸.. 아직 몰라서 그러는 건데 내가 너무 감정을 섞어 화를 내로 소리를 쳤나..’ 눈물이 고일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나도 너무 힘이 들었다. 이 굴레를 어쩌면 좋을까, 이것도 아이와 나의 성장 과정 중 하나겠지? 이 또한 지나가겠지..?
요즘은 사진첩을 보다 보면 아기시절의 아이가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 또, 올해 부쩍 많이 컸는데 올 초만 해도 포동했던 얼굴이 젖살이 쭈욱 빠지면서 어린이가 되었고, 말도 겨우 겨우 시작했던 아이가 이제는 의사표현이 확실한 형아가 되었다. 너무나 힘들게 느껴지는 이 시간도 고작 내년이면 그리워 지겠지? 아니, 몇 달만 지나도 오늘의 아이가 그리우려나?
품 안의 자식.. 그건 결국 엄마의 관점일지 모른다. 아이들은 부모의 품 안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객체가 되기 위해 태어났으므로 하루 하루 더 멀어질 것이다. 초등학교에만 들어가도 친구들이 더 중요해 질 테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아이 스케줄이 더 바빠 얼굴 볼 시간도 얼마 안될지 모르겠다. 나는 늘 아이를 그리워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막 슬프고 서럽기 보다는 이러한 이치를 마음에 새기고 현재 아이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자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늘 네가 그리울 거야.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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