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이유:
만약 게으름이 기본값(default)이라면
인생에 포기란 없겠지. 안하는게 기본값이니까
게으름의 이유
20대 중반을 지나던 어느 시점, 뭔가 잘못됨을 느꼈다. ‘이상하네 왜 이렇게 끝맺음이 없이 늘 일을 벌리기만 하지? 시작은 좋은데 왜 끝은 늘 흐지부지 되는 느낌이지?’
호기심도 많고, 추진력도 있고 다 좋은데 뭔가 결과가 없었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하는데 어느 순간 나는 초반에만 불 타올랐다가 쉬이 꺼지는 모습을 발견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 시기에 읽었던 책이 ‘몰입’이었고, ‘그릿’으로 넘어갔다. ‘신경끄기의 기술’을 읽었던 것도 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최근에는 ‘도둑맞은 집중력’이란 책이 매우 이슈가 되는 것을 보니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닌듯 싶다.
2022년, 심리상담 세션에서 나는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게으른 나도 나라는 사실을 인정해주세요.’
끈기있는 삶의 시작. 삶은 버티기
하는 것이 기본이 아닌 안 하는 것이 기본일지도 모른다는 관점은 어떤 일의 시작과 끝을 달리 보게 해주었다.
시작을 하면 끝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 끝을 위한 과정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열정적으로 시작 후, 중도에 흐트러지게 되면 내 자신을 탓하며 포기하기 일쑤였고 나중에는 시작조차 하기 꺼려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만약, 이 게으름이 기본 값이라면 인생에 포기라는 개념이 없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관점을 달리하고 나니 인생은 결국 ‘시작했다가, 멈췄다가’의 반복임을 깨닫게 되었다. 고로, 꾸준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언젠가는 그 끝에 도달해 있을 것을 믿고 시작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고무적이었다. '인간은 원래 게을러, 게으름이 기본이야'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포기'라는 것이 없었다. 그저 게을러 졌다가 다시 부지런해지기를 반복할 뿐.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끝에 도달할 수 있음을 믿고 가기 시작했다.
포기하는 대신, 꾸준해지기 시작했다.
중도에 게을러지는 나 자신을 보고는 자책하고 멈추기 보다는 며칠 게으른 나를 인정하고 또 훌훌 털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멈추었던 부분에서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한 번 중간에 게을러지면 포기해버리기 일쑤였지만 아무렇지 않게 다시 나아갔다. 물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clean slate의 느낌은 없었지만 그래도 시작 보단 '끝'을 내는 것에 조금 더 무게를 실었다.
끝맺음이 가능해지다.
게으름을 인정하고 꾸준히 나아가니 어느 순간 끝에 도달했다. 읽기 시작 만하고 중간에서 읽다 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덮을 수 있게 되었고, 몇 번 검색해보다 어려워서 포기했던 업무적인 부분을 다시 해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재밌어 지려고 하면 포기했던 운동도 꾸준히 이어 나가니 몸이 가벼워 지기 시작했다. 작심삼일이면 어떤가 삼일하고, 하루 쉬고, 다시 삼일을 이어 나가면 될 일이다.
우리 사회는 게으른 그 순간에 포커스를 맞춰 실패자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부지런함으로 여기까지 성장한 역사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인간의 본능은 '쉼', '게으름'이 기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매일 매일 다시 쌓아 올려 보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그 결과는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
2020.09.13 - [책꽂이에 꽂힌 [책]] - [신경끄기의 기술] I don't give a f*ck, 신경끄기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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