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고민] 내가 이직을 하지 않는 이유
첫 직장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이직한 두 번째 직장에서 나는 많은 일들을 겪었다. 이직 5개월만에 갑상선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하게 되었고, 여러가지 요인으로 입사 8개월만에 퇴사를 결정했다. 운이 좋게도 타부서에서 나에게 맞는 자리가 있었고, 나의 상황을 좀 더 유연하게 이해해줄 수 있는 상황이라 부서를 이동하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마케팅에서 외부 플랫폼 관련 영어 커뮤니케이션 및 기획업무로 전환되면서 근 2년간 내 머리 속에서는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직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간단히 공유하고자 한다.
[회사의 부조리함? 눈에 보이는게 다가 아니야.]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가슴 속에 사직서를 품고 산다고 하던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직에 대한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이직준비, 이직고민은 누구나 한다.)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2-3년차부터 그러한 생각은 확고해지기 마련인데, 이는 얼추 루틴한 작업들이 지루해지고, 회사의 부조리함(?)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 못마땅하고 못마땅하다. 말이 안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 각 회사마다 서로 다른 상황들이 있기 때문에 구구절절 설명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회사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다. 왜 저런 결정을 내린건지 윗사람들에 대한 불만이 쌓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윗 사람들의 속사정(?)을 들어보면 이 내용이 참 복잡하다. 비단 저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에 영향을 주는 일들도 꽤 많아, 내가 터치할 영역이 아닌 경우가 태반이다. 회사는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이므로 결정이 개개인의 마음에 들기 어렵다. 이러한 맥락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아닌 이상, 회사에서 벌어지는 ‘내 눈에 거슬리는 일들은’ 때로는 모르는 척 지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짜증은 나지만, 나나 잘하자.
[존버의 미덕]
▲ 출처: 웹툰 미생 (문제 시 삭제)
주식에서 공공연하게 사용되는 줄임말 “존버.” 풀어 말하면 존.나 버티다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안좋은 상황을 견디면 언젠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희망이다. 첫 직장에서 분명 채워지지 않는 점이 있다고 생각하여 그만 뒀다. 새로운 직장에서 그 부분은 채워졌지만, 첫 번째 직장에서 가지고 있던 좋은 점이 이 곳에서는 결여되어 있었다. ‘아, 그때 안 좋은 부분에 대해 불평하는 대신, 좋은 점을 열심히 배워 나올걸.’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현재 회사에서도 그럴 것이다. 다른 회사에 가면 장점이 기억 날텐데 그 부분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고 내가 이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에 집중해보자. 후회대신 하나라도 더 얻어 갈 수 있도록.
만약에 이 회사에서 얻어갈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된다면, 당신이 상황에 지쳐 혹은 너무 익숙해져버린 지금의 업무에 얼마나 전문가일지 생각해보자. 지금 당장 이직한다면 내가 가고자하는 회사에서 원하는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지금 회사에서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시간을 가져보자.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고 하더라. 이 말의 참뜻을 되새겨 보자. (이직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막연한 이직준비 및 이직고민의 시작은 나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음을 다시 한 번 새겨보고자 함이다.)
[끝까지 가보지 않으면 끝을 모른다. 부끄럽지 않을 끝맺음]
▲ 출처: https://wisebusinessplans.com/blog/7-steps-to-a-perfectly-written-business-plan/
이직준비 또는 이직고민을 하기 전, 현회사에서 한 번 해보고자 시작한 그 프로젝트에 끝은 맺어보자. 프로젝트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건, 분명 당신을 힘들게 하는 요소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걸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그것 또한 프로젝트를 진행해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세팅되어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없을 것이다. 물리적인 시간 부족, 예산부족, 팀원의 역량 부족 등.. 그 요인도 각양각색이다. 그걸 끝까지 경험해보고 나면 당신은 프로젝트에 부딪힌 난관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는지, 실패했는지, 그 결과에 따른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보완해 넥스트를 진행해 나갈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고? 이직할 때 면접관이 물어보는 질문 아니던가.
프로젝트 중간에 이직을 하면 면접 시, ‘이러저러한 상황이 답답하고 짜증나서 나왔습니다.’라는 답변을 하겠지만,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면 ‘이러이러한 부분까지 진행했고, 결과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라는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후자가 훨씬 매력적으로 들릴 것이다. 경력직일수록 더욱 더.
나 자신에게 또는 남에게 부끄럽지 않을 끝맺음을 지어보자.
[이직을 위한 퍼펙트 타이밍이란?]
그런데 끝이란게 도대체 언제일까? 회사 일에 끝이란게 있을까? 없는 것 같다. 늘 새로운 프로젝트에 시작이다. 타이밍을 못잡겠다면 나만의 타이밍을 잡아보자. 막연하게도 괜찮다. ‘그래, 입사 월인 내년 5월까지만 눈 딱감고 다녀보자.’라는 생각이 어지러운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진정시켜 줄 수 있다. 이직이 항상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이렇게 일정 기간을 정해 두고 현재 일을 하나씩 쳐내는게 업무를 배우고, 객관적인 눈으로 이직에 대한 결심을 할 수 있게끔 도와줄 것이다.
나의 경우, 하나의 커리어에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n년’이라고 정해봤는데 스스로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n년’을 채워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이 ‘n년’은 본인이 커리어의 어떤 단계를 거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신입인지? 대리 몇 년 차인지? 팀장급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같이 일하던 동료가 퇴사를 하거나, 친구가 이직준비를 하고 있는 경우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직에 대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별 생각 없었는데 막상 남들이 퇴사를 한다고 하니,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게 맞는지, 나도 이직해야 하는게 아닌지 괜시리 마음이 붕붕 뜬다. 이럴 때는 나만의 ‘n년’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또한, 이 ‘n년’은 시간 떼우기의 식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업무스킬이 향상되는 기간이다. 성공적인 이직을 원한다면, 무의미하게 ‘n년’을 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à 이력서를 업데이트 해보며 나에게 부족한 업무스킬은 무엇인지 점검해보고, 이 부분을 채우려면 얼마나 걸릴지 계산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보다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하는 것 자체를 말리는 것은 아니다. 한 회사에 장기근속하는 것을 권장하려고 쓴 글도 아니고. 이 글을 쓴 가장 큰 이유는 하루하루 회사 다니는 데 불안하고, 짜증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적어본다. 지금 이 시간이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기 위해 생산적인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이직을 결심하기 전, 이직을 하지 않을 이유 또한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들 탄탄한 커리어 꽃 길을 걷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단, 이유 막론 지금 당장 이직을 권장하는 대상은 아래와 같다.
1. 윤리적인 문제: 상사가 인신공격을 하는 경우, 성추행이 일어나는 경우, 탈세·횡령을 일삼는 경우
2. 월급이 밀리는 경우
위의 경우, 어떤 이유에서건 하루 빨리 탈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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