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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더[영감]

[웨딩/결혼] 내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

by Dayunish 2017.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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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결혼] 내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 


출처: yebindesign.kr


스물 일곱살이 되던 1월, 문득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람이라면 결혼도 할 수 있겠다.'

남들이 들으면 소설을 쓴다고 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는,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를 두 번째 만나던 날 생각했다. ‘이런 사람이라면 결혼도 할 수 있겠다.’ 

 

연애보다는 그냥 동성친구들이랑 편하게 웃고 신나게 떠들고 노는게 좋았던 나에게 남자란 불편한 존재였다. 편하게 친구하고 싶은데 자주 만나다 보면 묘한 감정들이 생기고 그걸 편안하게 받아 들이기엔 그 친구들이 내 짝이 아니었던지 불편했다. 그냥 그렇게 지내다보니 나는 제대로된 연애를 해보지 못한채 스물 다섯살이 됐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만나봐야 한다던 주위의 조언에 본격적인 소개팅 리그에 ㅎㅎ 뛰어 들었다. 그때 만난 지금의 남자친구는.. 처음부터 뭔가 달랐다. 

 

소개팅으로 처음 만나던 날, 그는 조용히 내 말을 듣고 있었다. 싱글벙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띄면서.. 어색한 걸 못견디는 나는 그 덕에 1시간 반 동안 떠들기만 했다. 내가 무슨 래퍼도 아니고;; 식사를 마치고 난 후, 목이 아플 정도였으니 얼마나 따발총처럼 떠들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창피하기도 하다. 당시 나는 성당활동을 왕성하게(?)하고 있었고, 여름캠프 준비로 바로 성당으로 돌아가기로 약속했던 터라 커피라도 한 잔 하자던 그를 뒤로 하고 헤어졌던 기억이 난다. 아 물론 그 첫 날엔 ‘이 사람은 내 스타일이 아니네~’ 라고 생각했었다. 

 

한 번 만나고 사람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싶어 소개팅을 하면 기본 두 번은 만났다. 또, 첫 만남에 거절하는 것은 주선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두 번째 만나게 된 날, 내 얘기를 너무나 편하게 들어주는 그의 모습에 남자에 대한 철벽이 쓱-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왜 그랬을까? 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편안함’이 늘 긴장하고 걱정하는 나의 ‘불편함’을 어루만져 준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당시 이 사람이 좋고 싫고를 떠나서 ‘이런 사람이라면 결혼도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고는 나도 내가 너무 웃겨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연애는 시작되었고, 이건 나중에 결혼을 하게되면 ‘오빠한테 꼭 말 해줘야지’ 하고 숨겨둔 이야기이다. 

 

스물 일곱살이 되던 2016년 1월,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결혼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직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타이밍을 보고 있던 때, 갑상선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했다. 늘 내곁에 있어주던 오빠는 힘든 시기에 더욱더 큰 힘이 되었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조금 더 견고해 졌다. 



내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

▲ 수술을 하고 난 후, 휴직을 하고 제주도에 다녀왔당 *_* 

오빠한테 폭 기대고 있는 이 사진이 참 좋다. 오빠는 나에게 그런 사람. :)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왜,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됐는지 얘기하고 싶어서 이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 대하여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면 나같은 사람의 얘기를 듣고 좋은 결정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쓰게 되었다.

 

2017년, 양가부모님께 직접적으로 우리의 생각을 알리고 결혼준비를 시작하게되었다. 축하해 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어떤 이들은 “스물 여덟이면 아직 어리지않아~? 갑자기 어떻게 결심하게 된거야~~”라고 물어왔다. 나는 친가, 외가를 통틀어 중간/막내 임에도 우리 집안 개혼을 맡게(?) 되어 주위에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들을만한 사람이 없었다. 옆에서 누군가 그렇게 얘기하니 문득, ‘어? 내가.. 갑자기 어떻게 이렇게 결혼을 결심하게 됐더라?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결혼의 배우자가 오빠가 맞는 거지? 남자는 연애 때와 결혼 후가 다르다던데..’라며 잡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여자는 결혼을 결심하면 생각이 열두번도 더 바뀐다던데 내가 그 꼴이 날줄이야 ㅋ…)

 

갑자기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를 보고, 흔들리지 않는 굳은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건 남자친구와는 전혀 별개로, 온전히 나 혼자만의 생각과 의지를 굳혀야하는 과정이었다. 소위 말하는 잘생긴 남자, 재력이 어마어마한 남자, 능력이 뛰어난 남자, 그런 사람이 내 남자친구가 아닐 수는 있다. 하지만 오빠는 나에게 필요한 사람. 이라는 명확한 결론으로 나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 세상의 잣대로 재다 보면 오빠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은 지금의 남자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더 명쾌한 설명이 있을까?

 

솔직히 말해 누구나 인생에 우선순위가 있듯이, 잘생긴 남자나 돈이 많은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내가 흔들리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남자/상대와 결혼을 한다면 행복한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만약 지금 결혼을 준비하는 당신이, 상대와 왜 결혼을 해야하는지 모른다면, 그 결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또, 그래서 이 사람과 결혼을 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다면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 구분해 보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나도 단점이 있듯이, 내 남자친구 또한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뭐랄까 내가 바라던 모든 조건과 이상이 1에서 100까지 완벽히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라는 얘기. 이 점을 인정하고 들어가면,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의 모습이 무엇인지 조금 더 진솔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결혼을 망설이고 있다면.. 내가 놓을 것은 무엇이고 그 중에 꼭 챙기고 싶은 점은 무엇인지 구분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완벽한 그림을 찾기 보다, 이 사람이 내 그림으로 들어왔을 때 또는 내가 이 사람의 그림으로 들어갔을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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