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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하루 [일상]

만약 내가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by Dayunish 2024.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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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만약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육아를 하는 이 과정을 나는 어나더 레벨이라 칭한다. 이 세상 어디서도 겪어 보지 못한 부침이었다. 육아를 하며 잠을 포기하고, 나의 개인 시간을 포기하고, 관절을 포기하기도(?) 한다. 어느 날은 그 이상으로 더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기도 한다.

이런 나의 생활을 한 두 마디 듣거나, 다른 양육자에게 들은 친구들이 나에게 묻는다. ‘다시 돌아가도 아이를 낳을거야?’ 이전에 한 번 포스팅을 하기도 했지만 나의 대답은 단연코 ‘응 당연하지’이다. 그만큼 얻는 행복 또한, 이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기에..

내가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 근처까지 가는 순간이 있다. 바로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할 때이다. 가령 몇 페이지 남지 않은 책을 조용히 앉아서 끝내고 싶은 순간, 업무 관련해서 조금만 더 집중해서 채우고 싶은 순간, 더 공부하고 싶은 순간이 바로 그렇다.

아이만 없으면 이걸 끝냈을텐데, 아이가 없던 시절엔 자유시간이 남아 돌았는데, 그때 퇴근 시간은 진짜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는데.. 하며 과거를 회상하며 간절히 그리워하기도 했다. 어제 퇴근 길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가면서도 ‘아 예전에는 퇴근하고 요가원 가서 수련하는게 인생의 낙이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또 아이를 한 3년 키워보니 깨달은 것이 있다. 아이가 없다고 한들 그 시간을 매번 소중히, 내가 원하는 만큼 꽉꽉 채워 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 지금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자유롭고 여유로운 시간이 많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고, 퇴근 후 그저 집에서 누워 넷플릭스를 보느라 밤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흘려보낸 시간이 많았다.

그저 상대적인 시간인 것이다.

지금도 이렇게 성장에 대한 갈증이 있다고는 하지만 막상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시댁에 가거나, 놀러가는 꿀 같은 주말이 있다고 한들 막상 다시 침대에 누워버리기 일쑤다. 쉬는 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아이가 없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마음가짐의 차이일뿐..

쪼개는 대로 시간이 생긴다고 한다. 회사에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핸드폰 대신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고, 점심시간을 활용하기도 한다. 짧지만 집중력이 높은 아주 가치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퇴근 후 육아를 하며 ‘아.. 책 좀 더 읽어야 하는데’하며 이도저도 아닌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퇴근 후엔 아이와 함께 살을 부비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며 내 자신을 충전한다. 그렇게 풀충전을 하고 나면 다음 날 아침 출근 시간에 책이 절로 읽힌다. 회사 생활에서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더 생기고 말이다.

어떻게 생각할지는 관점의 차이이다.

아이는 내가 가진 최고의 선물이다.

며칠 전, 남편과 아이를 재우다 곤히 잠든 남편을 두고 나 혼자 몰래 아이 방을 빠져 나와 안방에서 잤던 적이 있다. 다음 날 아침,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났는데 남편과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다시 아이 방에 살금 살금 들어가 그 둘의 가운데 자리 잡고 누워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쌔근 쌔근 자는 남편과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얼마나 풍요로워 지던지,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평화였다.

육아를 하면 당연히 물리적인 시간과 체력이 많이 소요되기는 한다. 이는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내 인생이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로 인해 얻는 행복이 더 크며, 나의 인생이 사라지는 대신 성숙해진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아이와 함께 엄마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지..) 시간 쪼개기, 체력 관리하기, 그리고 어느 정도는 아이로 인해 얻게 되는 행복으로 상쇄시키기. 이 세 가지를 기억하다보면 육아가 조금 더 수월하게 느껴지고 삶이 안정적일 수 있다.

과욕은 금물. 가진 것에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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