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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의 [여행]

[보라카이] 아이가 태어난 지 2년 만에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

by Dayunish 2023.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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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보라카이 여행

애기 낳고 2년 6개월만에 처음으로 아이를 떼놓고 여행을 다녀왔다. (그 동안 아이를 잘 보살펴준 남편과 친정 어머니에게 감사하다.) 친구들과 만 20주년이 된 해, 우리의 해외 여행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어 다녀왔다. 사실 여태껏 한 번도 가보자 소리는 안 나왔고 ㅋㅋ 이번에 처음으로.. 정말 문득 더 늦기 전에 한 번 쯤 다녀오자 싶어 다녀왔다.

카페에 앉아 비행기 티케팅을 하던 추운 겨울, 우리의 우선순위는 단 하나였다. ‘헐벗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더운 곳으로 떠나자!!’

그렇게 결정된 곳이 필리핀 보라카이였다. 유학 시절 세, 네 번 간 곳이지만 가도 가도 또 좋은 곳이기도 했고 친구들이 환상적인 보라카이의 노을을 보고 싶다기에 비행기 표를 끊었다.

아무래도 애가 있고, 친구들이랑도 스케줄이 안 맞아 여행을 계획하는 중간에 한 번을 못 만났다. 그룹 페이스톡으로 겨우 소통하고 진짜 준비도 못하고 갔고 여행 기간 동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2박 3일은 너무 짧았고, 아무래도 촘촘히 계획을 세우고 간 게 아니다 보니 좀 뒤죽박죽이었고 얘기할 시간도 없이 후루룩 다닌 기억이 난다.

씨푸드 그릴과 망고 바나나

그래도 20년 지기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오니 숨통이 트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국에 도착했을 만큼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에너지로 가득 채워진 기분으로 최근 한 달을 살았다.

서로 처음으로 간 “해외여행”이라 걱정도 했는데 신기하게도 별 탈 없이 다녀왔다. 셋이 여행 스타일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좋았다. 성향마저 다른 우리들의 공통점은 ‘배려심’이었다. 내가 좀 불편해도 참거나 혹은 ‘쟤 이런 성격이니까 아마 이런가봐.’하며 묵묵히 이해해주는 마음이 모여 잘 다녀온 것 같다.

20년이나 봐온 친구들이었지만 2박 3일 동안 동고동락하니 새로운 점도 있었다. 긴 세월 동안 우리는 많이 변해있었는데 일 년에 한 두 번 고작 3-4시간으로 미쳐 알 수 없었던 많은 점이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친구들의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20년 동안 각자 다른 길을 가며 소원해진 부분(서운한 점)도 있었는데 이번 여행을 계기로 그런 부분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앞으로의 20년, 30년 그 이상의 기간까지도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며 인생에 이런 인연을 만난 것에 대해 감사하다.

이번 여행이 특히 의미가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내가 임출육으로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처음 해본 ‘엄마’라는 역할에 극한으로 치달을 때가 많았는데 역시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 하니 제대로 기분전환을 한 것 같다. 살면서 나만의 가정이 생기니 우선순위는 늘 가족이었다. 그러나 때로는 가족에게도 다 털어놓을 수 없는 그런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럴 때 나의 친구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주었고, 이번에도 역시나 큰 힘이 되어주었다.

언젠가 또 몸과 마음이 지쳐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친구들과 한 동안 훌쩍 떠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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