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1일차] 병약의 아이콘, 무작정 달리기로 결심하다. 에필로그
달리기에 대한 찬사가 늘고 있다. 어떤 친구는 한강 변을 달리고 어떤 친구는 몇 달에 한 번씩 마라톤에 출전한다고 한다.
달리기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떠한 도구도, 특별한 스킬 없이도 어디서나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달리기에 최적화된 장비와 스킬이 있다면 더 안전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겠지만 다른 운동에 비해 많은 준비없이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달리기를 좋아한다. 걷는 것보다 뛰는 것을 좋아하는 날쌘 몸을 가졌지만 체력은 나의 의지와 정반대였다. 단거리는 잘 달려도 장거리는 영 젬병이다. 집근처에 달리기에 좋은 공원이 있어 몇 번 시도해봤지만 그럴 때마다 갑자기 찾아오는 편두통에 머리를 싸매고 집으로 오길 반복했다. (아마 당시가 겨울이었던 것 같다. 단련되지 않은 몸에 찬바람이 들어오자 몸에서 거부한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
며칠 전, 트위터에서 달리기 타래를 발견했다. 그 사람은 전 세계로 출장을 다니는데 가는 곳마다 달리기를 했고, 그에 대한 기록을 트위터에 남긴 것이다.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든 누빌 수 있다는 그 사람의 말에 나의 마음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것은 참 멋지구나. 어디든 달릴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
언제부터 어떻게 달리기를 시작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명분(?)이 생겼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회사에서 앞으로 2주간 재택근무를 시행하기로 했고, 나에겐 귀한 출근시간 약 1시간이 거저 생겼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 지 생각하던 순간 ‘달리기’가 떠올랐다.
나같이 약한 사람도, 달릴 수 있을까?
나에게 주어진 2주 동안 실험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과연 나같이 약한 사람도 달리기를 꾸준히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20대를 굉장히 힘들게 보냈다. 먹는 걸 즐기는 편이 아니었고, 자취를 하면서 더 안먹었고, 내 몸은 늘 뒷전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대 초반, 후반에 큰 병을 앓고 난 뒤 나의 몸상태는 바닥을 찍었다. 😷 내 몸 하나 들고(?) 다니는게 힘에 부칠 정도.. 결혼을 한 후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요가를 2년 정도 했고,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까지는 헬스장 PT를 다녔다. 워낙 근육이란 1도 없는 몸상태라 운동을 한다고 해서 내 맘처럼 빠르게 체력이 붙지는 않았다. PT를 하는 기간 동안 스스로 1PT 1골병이라 칭할 정도로 힘겹게 근력 운동을 이어 나가던 터라 더 자신이 없었다.
무리하지 말고, 그러나 목표는 가져보자.
어차피 재택근무하는 기간 2주 동안 만이었다. 레귤러한 운동루틴으로 하는게 아니라 ‘임시로’하는 것뿐이니 마음이 한 결 가벼웠다. (깨달음: 아, 나는 모든 것에 너무 부담을 가지는 구나ㅜ) 2주 동안 매일은 못 갈 것 같다. 몸 컨디션이 혹시라도 안좋으면 안 갈 거고,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너무 심한 날에는 요가나 웨이트 기반 홈트로 대신하려고 한다. 부담없이, 즐기면서 달리기로 한다. 아, 그래도 눈에 보이는 목표가 있으면 달성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으니.. 달리기 2주 안에 1시간에 5km를 달려 봐야겠다. 너무 과한 목표인가? ㅎㅎ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달린다면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2주간 달리기 챌린지의 목표:
1. 달리는 즐거움 느껴보기
2. 힘들면 언제든지 그만 두기, 하지만 다른 운동으로 대체하여 운동의 끈 놓지 말기
3. 1시간에 5km 달리기를 목표로!
달리기 1일차 그리고 플러스알파
재택근무가 시작되기 전, 미리 웜업을 하면 좋을 것 같아 토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달리러 나갔다. 일찍 일어나고 싶었는데 일어나니 8시 반이라 이만 닦고 바로 발길을 옮겼다. 러너 사이에서 유명한 NRC(Nike Running Club)는 어제 다운받아 놓았으니, 일단 운동기록을 시작한다.
‘아니! 내 달리기를 기록해주는 똑똑한 앱이 있다니 너무 신나쟈너~?’ 라는 생각과 함께 1일차 달리기를 경쾌하게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한 300-400m를 뛴 시점에 벌써 호흡이 거칠어졌다. ‘엥? 이게 맞나? 벌써?’ 나약한 사람이 되기는 싫었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같은 페이스로 1km를 완주했다. (완주라는 표현이 굉장히 극적이긴 한데, 실제로 내가 느끼기엔 극적이었다. 1km ✌🏻완주✌🏻) 너무 힘든데 잠깐 멈춰도 될까 생각이 들긴 했지만 1km도 못 가서 멈춰서기엔 창피했다. 온 몸에 힘이 쫙 빠졌고, 종이인형처럼 나풀거렸다; 그래도 아침부터 건강한 볕 아래 달려서인지 기분만은 상쾌했다. ‘이래서 다들 달리는 구나.’ 달리기를 하면서 문득문득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나의 꿈, 나의 삶, 그리고 그 방향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그 중 하나로 달리기를 하면서 느끼는 점들(신체적, 정신적으로)을 기록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게으른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사를 다닐 때는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가방을 들고 뛰어나가기 일 수였고, 집에 와서는 겨우 주 2회 운동을 가는 게 일상이었다. 이것 저것 하고 싶다는 생각만 많았지, 그 이상 뭔가를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나에게 여유로워질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그 2주동안 나는 달리기로 결심했다. 지금부터 나의 생각과 변화를 기록하려고 한다. Are you ready to run with me? 😎
오늘의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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