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뼘더[영감]

결혼생활에서 이혼을 부르는 순간

by 임나무 2019. 9. 26.
반응형

결혼생활에서 이혼을 부르는 순간

결혼생활 중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상처가 생기는 경우..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우연히 드라마의 일부 장면을 소개하며 부부가 이혼하는 이유라는 글을 봤다. 이종석, 이나영 주연의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는 드라마 중 한 장면이었다.

 

신발가게에 들어가 신발을 만지작 거리던 아내(극중 서팀장), 사이즈와 가격을 물어보니 까칠한 신발가게 주인이 얘기한다. “신발이 마음에 드시면 그냥 한 번 신어보세요. 사지도 않을거면서..” 가격을 듣고 조금 비싸다는 부인에게 신발가게 주인은 쐐기를 박는다. “요즘 수제품들 다 그정도 해요. 사지도 않을거면서 만지작만지작.. 첫손님부터 재수가 없으려니까..” 그제서야 상황을 인지한 남편은 여보, 그냥 하나 사자며 상황을 무마하려고 한다. 

이렇듯 결혼생활 중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순간은 작은 상처들이 하나씩 모여, 알 수 없는 순간에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가게를 나와 기분이 상한 여자가 투덜 거리니 남편은 얘기한다. “아니 장사하다보면 이상한 사람 많잖아. 짜증났겠지. 아니 솔직히.. 당신 신발 살 생각도 없었잖아. 계속 가격만 물어보고.”

그렇게 무심한 남편의 말에 부인은 누구편이냐며 발악한다. “지금 누구 편 드는거야? 지금 누굴 감싸고 있는건데? 지금 처음 보는 사람이 당신 부인한테 재수가 없네 마네하고 있는데.. (중략) 니가 이해해야될 사람은 저 사람이 아니고 나야!!!! 당신 지금 이해해야 될 사람은 저 사람 아니고 나야 나!!!!!

그렇게 두 사람은 이혼을 했고, 이혼을 하게된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

근데 있잖아, 나는 문득 그날 딱 깨달아지는거야.  서영아(극중 서팀장 본인의 이름) 인생 헛살았구나

나 이 세상에서 딱 하나 내 편이라고 생각하고 진짜 난 정말 죽을 때까지 내 옆에 있어줄 사람은 내 남편이구나 하고 살았는데 진짜 옆에 있으면 뭐하나 자기 마누라 마음 단 한순간도 모르는데.

나도 구두하고 싶지, 내가 월급이 작냐? 내가 왜 안 사는데 내가 왜 자꾸만 가격 물어보고 그러는데.. 그래 그럼 마누라 마음 몰랐다고 쳐, 근데 그 남자가 나 재수없다고 쫓아내려 그러는데 지가 남편이면 내 와이프한테 말을,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고 따져서 묻기라고 했어야지 그래야 남편 아니야? ?

 

"

악을 쓰며 발악하는 서팀장의 모습에 가슴 한 켠이 찔린 듯이 아팠다.그래! 내 말이 이 말이야! 그래! 그때 내가 이런 기분이었다고!!' 

 

때는 바야흐로 올해 초.. 남편과 피렌체에서 여행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약 열흘 간의 이탈리아 여행 중 피렌체는 우리의 첫 여행지였는데 유독 인종차별을 심하게 느낀 지역이었다. 그 중 도착하자 마자 예약했던 식당에서 일어난 일이다.

워낙 인기 식당이라고 해서 이틀 전 예약을 했고, 2시 예약이었지만 130분 경 도착을 했다. 앞 쪽에 대기를 위한 벤치가 있길래 앉아서 기다리는데 나를 보고도 아무도 나와보지 않았다. 보통은 몇 분이시죠? 예약은 하셨나요? 잠시만 대기해주세요~’가 정상인데 힐끔 보고 말길래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바빠서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뒀다. 그 후 몇몇 사람들이 기웃거렸고, 그 중 영국식 영어를 사용하는 백인커플이 식당에 들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식당에서는 자리가 나면 안내해주겠다고 얘기를 했고 정확히 기억하건데 그들은 예약을 하지 않았다. 예약을 했지만 약간 불안해진 나는 안에 들어가 2시에 예약했다고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5분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당시가 155분 경) 알겠다고 밖에서 기다리는데 다른 웨이터가 예약을 하지 않은 그 외국인 커플을 먼저 안내했다. ? 뭐지? 바빠서 헷갈렸나? 해서 웨이터에게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여주며 나 지금 2시에 예약했는데라고 했는데 대뜸 화를 내기 시작했다. “5분도 못기다려? 그럼 뭐, 당신 때문에 앉아서 먹는 사람들 다 나가라고 함?” 식당 중간에서 그런 굴욕을 당하자 뒷통수를 얻어맞은듯 정신이 없었다. 그때 한 그룹이 식당을 나섰고 우리가 그 자리에 앉게되었다. 이미 기분이 상한 나는 남편에게 나가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했다.

 

: 여보, 나 여기서 먹기 싫어, 나가자

남편: ? 오래 기다렸는데 그냥 먹자~

: ?? 그럼 오빠 혼자 먹고와 난 갈 테니까 (나옴)

남편: 그게 무슨 말이야~ (따라나옴)

길거리에 나와 남편에게 얘기했지만 남편은 너무나도 태평하게 얘기했다. “아니 저 사람 두 번 다시 볼 사람도 아니고 화내서 뭐해~”

 

그때 내 기분이 딱 영상 속 서팀장이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니 부인이 잘못도 없이 다른 사람한테 얼토당토 않은 경우를 당했는데 어떻게 저렇게 남일처럼 얘기를 할 수 있는지? 말을 해봤자 나만 미친사람처럼 소리치고 울고 있길래 그대로 숙소에 들어와서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엉엉 울었다.

첫 째로는 그 어이없는 이탈리안 웨이터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벙쪄서 나온 내 자신이 너무 바보같고 화가나서, 두번째로는 나를 위해 싸워주기는커녕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남편에게 너무너무 서운해서 울었다.

 

['나는 예민해, 그러니까 니가 나를 이해해줘'가 아닌 내 안에서 답을 찾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로맨스별책부록의 영상을 보고 .. 드디어 우리 남편도 내 기분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겠지? 내가 이상한게 아니라 여자들이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식으로 좋게 얘기를 시작하고 풀어낼 지 고민하면서 유튜브에서 드라마의 그 장면을 검색했다.

 

그런데 또, 심리상담가 분이 해당 영상 속 여자의 심리에 대해 설명한 유튜브 영상을 발견했다.

 

드라마 내용을 스킵하고 본론내용은 2:03부터 나온다. 

아니 세상에.. 안정적인 애착을 가지지 못한 경우, 배우자가 내 편이 되어주길 더 간절히 바라는 거라는 설명에 정신이 차려졌다. 여자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이라고만 생각했지, 나의 어떤 부분이 결핍되어 있는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 이 영상을 안봤더라면 나는 은연 중에 남편에게 이건 내 잘못이 아닌 네 잘못이야, 알겠지? 고쳐라는 의도를 가지고 대화를 시작했을 것이다.

물론, 이 영상의 마지막에 상담사분이 설명하신 것과 같이 나또한 남자의 행동이 옳고 여자의 행동이 틀렸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다. 이러나 저러나 나는 상처(공격)를 받은 거고, 그걸 먼저 공감해주거나 보듬어 주는 것이 남편의 첫 번째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심리를 이해하는 것의 포인트는 무례한 이탈리안 웨이터 또는 드라마 속의 신발가게 주인에게 맞서 싸워주는 것과 남편이 나의 생각과 일치하고 나와 똑같은 감정을 느껴주길 바라는 것은 옵션이지 필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이 아닌 그럴 수도 있다는 것. 흑백논리로 다가가기 보다는 다채롭게 볼 것. 나의 안정을 배우자로부터 찾기 보다는 나 스스로 찾는 것이 일단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혼 생활 중 어떻게 보면 아주 일부인데 왜 이게 이혼위기라는 제목을 달고 쓴 글이 되었는지 물으신다면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시 한 번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결혼생활은 둘이 하는 것이 맞지만, 같이하면서도 또 따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하나의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라 독립적인 개인이 사랑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이다. 혹시 나처럼 내 안에 불안정한 어떤한 부분을 배우자로부터 채우려고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혼을 결심하게된 계기? 이혼을 부르는 순간..

물론, 감성적으로 내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아주고 눈빛만 봐도 딱 아는 사람과 결혼한다면 좋겠지만, 이런 부분에서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과 결혼했다고 해서 그 결혼이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물론 심리상담사분의 말을 100% 이해하고, 몸으로도 실천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설명대로라면 어떤 상황을 똑같은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부라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나도 이제 고작 결혼 3년차로, 많은 것을 논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일 수 있다. 또, 한 몇년 뒤 이 글을 읽으며 "ㅎㅎ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하지만 최소한 지금부터라도 남편과의 관계 중 갈증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감정적으로 생각하거나 나만의 틀에 상대를 맞추려고 하기 보다는 이렇게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고 조금 더 넓게 바라보고자 한다.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아래 하트를 꾹! 눌러주세요~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