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요가수련일지] 하루가 온전히 내 것이 된 기분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던 하타요가 선생님의 온라인 새벽 요가 수업 공지가 떴다. 최근 계속 몸이 결렸다. 담이 들려 한 달 넘게 고생 중이고.. 이럴 땐 요가가 최고의 처방전이라는 걸 알고 있다. 아이가 생기기 전 3년 간 요가를 하면서는 그런 증상이 많이 완화되었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마땅치 않았다.
저녁에 운동을 하면(그게 요가일지라도) 잠이 오지 않고, 평소엔 아이 때문에 집중이 어렵기 때문에 새벽 시간이 딱 좋았다. 선생님의 눈과 수련생 간의 기운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오프라인 요가 수업을 찾아봤지만 집 근처에는 이른 시간 대에 수련이 없거니와 남편이 출근한 동안 잠든 아이를 혼자 두고 나갈 수 없었다.
아 그런데 새벽 6시 10분부터 80분 동안 진행되는 요가 수련이라니..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첫 수업은 지난 화요일이었는데 비염 증상이 너무 심해 밤새 기침을 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 결석을 해버렸다. 첫날부터 결석이라니 ;ㅂ;.. 그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나를 너무 나무라지 말고 두 번째 수업부터는 가급적 빠지지 말고 참여하리라 야심 차게 마음을 먹고 오늘 요가수업에 임했다.
반가운 봄비가 하루종일 내리고 난 다음 날 새벽은 어딘지 차분했다. 요가를 놓은지 거의 1년이 다되어 가는 시점+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가뜩이나 뻣뻣한 몸이 잔뜩 굳어 있었다. 그간 하던 아쉬탕가가 아닌 하타는 큐잉 조차 낯설었다. 또, 대부분 숙련자들이 많은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웬만큼 요가를 좋아하지 않고서야 이 새벽 시간에 온라인 요가를 즐기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초반부터 어버버 페이스가 말리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얼른 마음을 가다듬는다. ‘어차피 잘 못하잖아. 잘하려고 애쓰지 마. 애쓴다고 될게 아니다. 이른 시간 몸을 일으켜 이 자리에 매트를 펴고 앉아 있는 것 자체로 대단한 일이지 안 그래?’
그랬더니 편해졌다. 종종 선생님이 엉거주춤한 내 모습을 보고 내 이름을 많이 부르나 싶기도 했지만 남을 의식하지 않기로 하니 오히려 수업에 집중하게 되고 내 할 일만 하게 되었다.
아침잠이 많아서 초등학교 때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일어나는 게 진짜 진짜 괴로웠던 내가 새벽에 일어나서 요가 수련을 했다니. 모든 것은 천천히 변화했다. 아이가 태어나서 그 괴로운 시간을 괴롭다 느끼는 대신 어쩔 수 없으니 탁 털고 일어나자 그게 편하지가 되었고, 이제는 아이가 나를 깨우기 전에 내가 먼저 눈을 떠 아이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보다 조금 더 서둘러 내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하루가 온전히 내 것이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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