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9일차] 잘할 필요없이 그저 꾸준히 한다는 것
어제 분명히 낮잠까지 잤는데 잠에서 깨어나는 데 오래 걸렸다. 달리기를 처음 경험해본 남편도 적잖히 피곤해 보였는데 역시나 얘기한다. ‘오늘은 여보 혼자 다녀와’ 비몽사몽
그 마음을 알기에 알겠다고 해놓고 옆에서 준비했다. 막상 내가 옆에서 움직이니 몇 번 움찔움찔 한다. 세안을 하고 나서도 잠이 안 깨는지 누워있길래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어볼까 하고 슬쩍 쳐다보니 NRC(Nike Running Club)에 사용자 정보를 입력하고 있다. 🤭
날이 좋았는데 바람이 불어서 인지 쌀쌀했다. 💨 햇빛이 나는 쪽으로 걸어보며 몸을 깨워본다. 남편은 돌아가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지만 몇 번 달려본 나로서는 이렇게 조금 더 가다 보면 뛰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계속 움찔 움찔 달리고 싶어 하자, 아직 몸이 덜 풀린 남편이 이내 눈치채고 같이 뛰어준다. 그리고는 적극적으로 루트를 제안한다.
어제 갔던 강가에 다달았지만 우리는 어제와 반대로 달려보려고 한다. 저 쪽 너머로 가보자. 우리가 차를 타며 보던 그 곳이 나올 것 같은데. 강가로 바로 내려가기 전에 윗 쪽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높은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보니 그늘이 형성되었다. 날이 더 더워지면 이렇게 빌딩 숲 사이를 달리는 것도 좋겠다. 쨍쨍 내려 찌는 햇빛을 맞으며 헥헥거리고 달리는게 힘겨울 때는 이런 방법도 있겠구나. 오늘도 하나 알아간다.
가보지 않았던 곳
앞서간 남편이 좌측으로 꺾어 반대편으로 넘어간다. 벌써 돌아가려는 건가? 주말 달리기의 길잡이인 남편을 조용히 따라가다 왜 그리로 가느냐고 물어봤다. 남편은 달리며 얘기한다. “아 이쪽으로 건너가서 달려가게~” 아. 그렇게 가는 길도 있겠구나. 약간 돌아가긴 하지만 그리로도 길이 있긴 하지. 남편을 따라 건너편 강변으로 내려가면서 생각한다.
남편은 새로운 메뉴에 도전한다. 예를 들어 같이 프렌차이즈 카페에 가도 난 늘 먹던 메뉴를 고르는데 남편은 신메뉴를 고른다. 그리고 얘기한다. “아, 이거 별루다.” 그럼 나는 생각한다. 그봐, 역시 검증된 걸 먹어야지ㅎㅎ 일상 속에 소소한 경험을 중요시 하는 남편은 가벼운 마음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반면, 나는 굉장히 신중하게 계산하고, 계획하려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남편은 겁이 좀 많고, 나는 대담한 편인데 이런 부분은 또 아이러니하다. 🤔 아무튼 이렇게 주말에 가보지 못한 길을 달렸으니, 돌아오는 주중에는 좀 더 다양한 루트를 달릴 수 있겠다.
노력은 언제나 배신하지 않는다.
주중에 그래도 꾸준히 달렸다고 나는 꽤 달릴만했다. 하지만 어제 처음 달려본 남편은 이내 지쳐한다. 오히려 오늘은 내가 남편보다 앞서 달린 구간이 더 많았다. 이것이 바로 ‘꾸준함’의 힘인가? 어제 나보다 잘 달리는 남편을 보고 은연 중에 나는 아직 멀었구나라며 자신감을 잃었던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엔 누구나 다 비슷하게 힘들고, 어려워하는 걸 보니 조급했던 마음이 가라 앉는다. 운동이든 뭐든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무릎의 통증, 달리기는 무릎에 해로울까?🦵
홍조언니가 무릎을 조심하라고 한 뒤부터 괜히 무릎이 신경 쓰인다. 약간씩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달리기 후 폼롤러로 내전근 마사지를 해주고는 있는데 이걸로 충분한지 잘 모르겠다. 블로그를 작성하면서 검색해봤는데 역시나 여러 문서가 검색되었다.
결론적으로 달리기는 무릎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고 한다. 가벼운 달리기는 무릎과 연결된 근육과 인대를 단련시킨다. 또한, 전신 유산소 운동으로서 심폐질환 개선과 골밀도를 높여준다고 한다. 꾸준히, 가볍게 하면 좋은 운동이다. 다만, 과체중인 경우나 초보자가 너무 무리하게 달리는 것은 해로울 수 있으니 천천히 단련시키며 달리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달리고 난 후, 햄스트링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니 내일부터는 햄스트링 스트레칭도 추가해야지.
잘할 필요없이 그저 꾸준히 한다는 것
잘할 필요없이 그저 꾸준히 한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본다. 나만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살면서 잘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살고 있다. 학교에서는 등수로 판단되기 때문에 좋은 등수를 받아야 하고, 회사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냥 그저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짧은 텀(직장인으로 보면 고과평가인 일년단위)으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방식으로 살다 보니 우리는 공허함을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뭔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무엇인지 의외로 명쾌하게 대답할 수가 없다.
규율에 맞춰서 혹은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서 나 자신을 증명해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잘할 필요없이 그저 꾸준히 하는 것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럼으로써 나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볼 수도 있고 자신에게 귀 기울일 수도 있고.. 이번 달리기 챌린지를 진행하면서 내가 글 쓰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 사람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또, 달리는 시간동안 함께한 다양한 생각과 깨달음이 나를 더 멀리 갈 수 있게끔 해주었다. 남은 챌린지 기간동안 내가 또 무엇을 알게 될지 기대된다.
오늘의 달리기 일지
1. 나는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고 남이 하는 얘기도 잘 들어보기
2. 꾸준히 하니까 늘어나는 나의 모습 확인해보기.
3. 햄스트링 마사지 잊지 말기(천천히 하기, 급하게 풀지 말기)
오늘의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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