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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하루 [일상]

세 돌 아이가 장염에 걸렸다.

by 임나무 2024.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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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근 며칠 동안 장염으로 고생했다.

장염 증상이 온 첫 날, 나는 이동 중이라 웹캠을 통해서 아이를 봤는데 웹캠을 켜자마자 아이가 토를 해서 깜짝 놀랐다. 그 양도 상당했는데 남편 말로는 2시간 동안 7-8번을 토를 했다고 한다. 나중엔 그냥 화장실에 들어가 아이 배를 쓸어주며 계속 토를 했다고 한다. 그 작은 몸에서 어찌 그렇게 많은 토사물이 나올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다음 날 업무 중에도 아이가 토를 하고, 설사를 하고 몸이 많이 안좋다고 전해 들은 후 퇴근을 했더니 아이 얼굴이 하루 새에 반쪽이 되어 있었다. 정말 기이할 정도로.. 동네 소아과에선 분명 가벼운 장염이라고 했다던데.. 기운이 없어 아빠에게 안겨있던 아이를 넘겨 받았는데 몸이 홀쭉해지고 가벼워진 것 같았다.

그렇게 2-3일을 토하고, 설사하고 하던 아이는 지쳐 쓰려져 잠들고, 깨어나서 약간의 음식을 먹기를 반복했다. 큰 병원을 가기엔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가서 애 고생만 시키고 싶지 않아 틈틈히 깨워 물을 먹이고, 뭐라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였다. 설사를 하더라도 먹였다.

세 돌 아이가 장염에 걸렸다. 

세 돌이 지나 아프니 예전과 달라진 게 있었다. 첫 째는, 이제는 나도 제법 아이의 상태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럴 땐 이렇게 해줘야 겠구나, 저럴 땐 저렇게 해줘야겠구나라는 게 생겨 이전만큼 허둥지둥 하지 않고 아이를 돌봐줄 수 있었다. 둘 째는, 아이가 의사표현을 정말 잘하게 되었다. “쎄야쎄야 계속 해주세요.”,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아직은 좋아지지 않아요.” 등등..

세 돌 아기, 병원에서 말하는 방법

이번 장염 기간 동안 두 번 진찰을 받으러 갔다. 첫 번 째 아빠와 병원에 갔을 때는 선생님이 이런 저런 음식만 먹고 저런 이런 음식은 먹지 마세요. 라고 말씀해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가 “뻥튀기는 먹어도 되요?”라고 물었고, “한 두개 만 먹을 수 있어요.”라고 의사선생님께서 말해주셨다고 한다. 아이는 아픈 내내 뻥튀기 하루에 한 두 개만 먹기를 잘 실천했다. 아픈 와중에 자기가 물어보고 싶은 걸 물어본 게 너무 귀엽다.

두 번째 병원은 나와 같이 갔다. 아이가 토는 멎었지만 설사는 계속 하는 상황인데 약은 다 떨어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물으러 간 것이다. 뻥튀기가 생각나서.. 아이에게 “의사 선생님께 여쭤볼 거 없어?”했더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했다. 또, 아이가 선생님께 다가가 “도장..”이라고 한다. 뭔가 했더니 선생님이 손등에 찍어주시는 도장을 말하는 모양이다. 의사선생님이 대 번에 알아차리고 참 잘했어요 도장을 꽁 찍어 주셨다.

훌쩍 큰 아이

“애가 아프더니 훌쩍 또 큰 것 같아.” 이런 거에 무딘 남편이 말했다. 아이들은 한 번씩 아플 때마다 훌쩍 큰다던데.. 그래서일까? 고생하는 아이가 안쓰러웠는데 이렇게 지나가는 질병을 잘 이겨내고 한 층 더 성장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무겁던 마음이 조금 가신다.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이럴 때 아이 곁에서 든든한 엄마가 되어 주고 싶다.

“아까는 왜 그랬어? 우리 앞으로 그러지 말자.”

작년 하반기 아이의 땡깡이 시작되어 견디기 힘들었을 때 읽었던 육아 서적이 있다. 거기서 아이가 제 고집을 못 이겨 땡깡을 피울 때는, 아직 감정 컨트롤이 되지 않아서 그런 것임을 이해하고 아이가 진정되었을 때 이야기를 하거나, 역할극을 통해 아이의 잘못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라는 훈육 방법을 보았다. 그때 인내심을 가지고, 자기 전 역할극을 시도해 보았기 때문일까? 어제는 아이가 먼저 역할극으로 나에게 화해를 청했다.

어제는 어머니까지 몸이 안 좋으셔서 내가 반차를 쓰고 아이를 돌봤다. 점심 때부터 가물가물 하던 아이는 도무지 자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초저녁에 1시간을 채 못 자고 일어나서 피곤해 했다. 나 또한, 피곤했다. 자려고 하니 아이가 거실로 나가서 자자며 땡깡을 피웠다. 지친 나는 방에서 따뜻하게 자자고 설득을 해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신경질이 나 끝까지 방에서 재우려다가 아픈 아이를 생각하며 내가 져주기로 했다. “대신 거실에 나가서 장난감 가지고 놀지 않고 바로 누워서 자는거야.”

아이는 알겠다고 약속했고 나가자 마자 베개 위에 눕고 이불을 척 덮었다. 그리곤, 손을 잡고 자려는 데 아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푸들아(요즘 아이가 나를 가끔 푸들이라고 부른다.) 아까는 왜그랬어?” 조심스럽게, 약간은 눈치를 보듯 말하는 아이가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서 푸들이의 목소리로 설명해 주었다. “거실은 춥잖아. 그리고 00이가 거실에서 잔다고 하고 돌아다니고 안잘까봐 00이 방에서 자자고 한거야.” 그랬더니 “아니야. 얌전히 누워서 자려고 했어!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아)~”라고 말한다. “그래 알았어”하고 우리는 손을 잡고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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